무덤덤한 성격 덕분이지, 입이 무거운 탓인지, 남자치곤 공감을 잘하는 편이여서 그런지
누군가의 고민이나 상념이 섞인 이야기를 듣게되는 경우가 왕왕 있었다.
특별히 자리를 마련해서 이야기를 듣는게 아니라
갑작스런 만남, 주제없이 그냥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다가
자연스럽게 마음속 이야기를 듣게되는 날이면
어느샌가 상대방의 어깨를 토닥이거나 함께 울어주는 모습이 되기도 하였다.
그리고 훗날 그때 함께 해줬다는 것에 참 위로가 되었노라고
내게 이야기해주는 지인들의 모습을 보면서 이상하게 기분좋고, 감사한 마음이 있었다.
그러면서도 '내가 한 것이 무엇이 있나?' 라는 생각도 들었다.
나이가 한살한살 들고, 서른이 넘어가면서 '위로'라는 것은 특별한 것이 아니라
그저 '함께' 해주는 것 만으로도 충분할 수 있음이 무엇인지 알게 되었다.
나는 내가 편하고, 이야기 잘 들어주는 사람이라고 생각했었는데
그것은 착각이지 않았나싶다.
내가 누군가에게 필요한 때에, 필요한 딱 정확한 시점에 그저 함께 했기 때문이러라..
그리고 나도 그렇게 누군가에게 참 많은 위로를 받으며 살아왔음이 떠올랐다.
감정의 샌드백이 되어 수년을 버티다 결국엔 무너졌을 때..
사랑의 마음을 품은 이와 평생 함께 할 수 없게 되었을 때..
소중한 가족을 잃었을 때..
내가 평소의 내 모습으로 있기 힘들어진 순간에,
내가 '생각' 이란 것을 일반적으로 할 수 없는 시점에,
시력을 잃은 것도 아닌데 세상이 흑암으로 덮인 것 같은 때에
정신차려보니 내 옆에서 나를 대신하여 나를 지탱해주던 이들이 있었다.
그들은 어떠한 모습으로든 나와 함께해 주었다.
직접 찾아와 억지로 내게 밥을 먹이면서 나의 슬픔만큼 대신 승질을 내주던 이도 있었고,
생각도 행동도 할 수 없는 나를 대신하여 손과 발이 되어 행동하고 내가 해야할 일을 감당해주던 이도 있었고,
고통스런 때를 통과 할 때에는 아무런 생각없이 사는게 낫다며 같이 공원을 돌며 머리를 비우자던 이도 있었고,
재정과 반찬을 싸보내며 사람의 그릇은 그 사람이 감당할 만큼이라며 더욱 나를 다그치고 힘내라던 이도 있었다.
글로 적은 것 외에도 너무나 다양한 모습으로 위로의 모습을 보였던 이들이 있다.
그런데 그 모든 모습의 공통점은 내가 그들과 '함께'라고 느꼈다는 것이다.
물리적인 거리가 있었음에도 함께 있었다고 느꼈다.
아마도 마음의 거리가 내 바로 옆에 있어서 그리 느꼈던 것이 아닐까 싶다.
그렇게 느낄 수 있게 해준 모든이들에게 감사하다.
한 때 누군가에게 들었던 이야기가 있다.
외국의 유명한 팝송들 중에서 특별히 위로가 되는 가사와 멜로디가 있는 음악을 들으면
누군가가 어깨를 감싸주는 따뜻한 느낌과 함께 위로를 얻는 기분을 느낀다고 한다.
그런데 우리나라의 국악기로 연주한 위로 곡들을 들으면
그저 위로하는 느낌보다 함께 펑펑 울어주는 것 같다는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다.
한(恨)이 많은 민족이라서 그런것일까?
여러모습으로 고통받았던 세월이 긴 나라의 사람들이라
공감을 잘하고, 각자의 표현으로 위로할 줄 아는 사람들이라 그런것일까?
여러생각을 하게 된다.
개인적인 생각과 이야기 그리고 감사한 마음이 대중없이 쓰여진 글이지만
한가지 기억하고 싶은 것은 그저 이야기만 들어주는 것으로 위로했다 생각하던 모습보다
곁에 있건, 없건 마음의 거리가 가까운 사람이 되어 위로해주는 사람이 되고 싶다는 것이다.
시간이 지날 수록 사람의 소중함을 느낀다.
내가 소중하다 느끼는 사람 뿐만이 아니라
부족한 나를 좋은 마음으로 봐주고, 기억해주는 이들에게까지
따뜻한 사람, 위로할 수 있는 사람, 기억해주는 사람이 되고 싶다.
2020.04.14 두서없는 생각의 흐름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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